타이트한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열연해준 두 배우에게 감사를
- 작성일: 2012년 3월 4일 오전 2:53
집에 가는 길에 맥도날드에 들러서 빅맥세트를 혼자 처먹고 앉아있었는데, 한 커플이 '후천적으로도 샴쌍둥이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실험이라도 하고 있던 모양인지, 서로에게 밀착된 자세로 더러운 기운을 내뿜으며 매장으로 함께 난입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러서였을까. 다음 실험은 화학적인 방법으로 도전해보자고 의기투합한 듯한 저 남녀 실험가들은 이내 분리되었으며, 여자 실험가는 의자에 앉고 남자 실험가는 메뉴를 고르기 위해 카운터 쪽으로 가서 서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 중 한 장면처럼 여자 실험가가 돌변하더니 언성을 높이며 "지금 대체 뭐하는 짓인데?"라며 남자 실험가를 쏘아붙였다. 순간 샤롯데시어터로 바뀌어버린 맥도날드 전농점에는, 아까까지 만연했던 더럽게 달콤했던 기운은 사라지고 이내 전운으로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분명 이 남자 실험가는 이 갑작스런 분노의 출처를 찾기 위해 자신의 20년 남짓한 인생을 재빠르게 스캔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찰나의 시간동안 자신의 혐의를 끝내 찾지 못한 듯한 그는 당황하여 "그냥 뭐 먹을까 보고 있었지... 왜?"라며 수사망을 좁혀오는 그녀에 대한 두려움을 표했다. 그녀는 분개하며 "같이 여기 앉아서 메뉴 고르면 되지, 왜 나 놔두고 혼자서 거기 서있는건데!"라며 다소 충격적이고 이해하기 힘든 혐의로 추궁하며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하면서, 이내 샤롯데시어터가 되었던 맥도날드 전농점은 대검 중수부의 한 수사실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이 남자 용의자는 이런 상황들이 이제는 지쳤다는 듯이 거세게 저항하며 여자에게 그동안 쌓여왔던 불만을 격정적으로 토로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용의자의 저항이 거세다는 것을 느낀 여검사는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의 스피드를 높이기 시작하며 용의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의자도 리드미컬하게 이에 응수하기 시작하면서, 대검 중수부의 한 수사실은 영화 8마일의 주 무대였던 디트로이트의 한 힙합 클럽으로 변하기에 이르렀다. 그 둘은 서로 불꽃같이 덕담을 주고 받기 시작했지만... 뭐 어쩔 수 있겠는가. 남자는 이내 에미넴 앞의 파파닥마냥 씹버로우를 타기 시작했고, 그렇게 절정으로 다다랐던 승부는 싱겁게 끝나버렸다. 흥에 겨운 나머지 나는 'Fuck freeworld! 3-1-3!'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이미 디트로이트의 한 힙합 클럽은 야간에도 정상영업을 하는 맥도날드 전농점으로 돌아온 뒤였다. 이 여자 에미넴은 랩 배틀에서의 승리에 감격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울며 뛰쳐나가버렸고 남자 파파닥은 마치 빨피가 된 적 챔프를 발견한 홍그모마냥 불꽃같이 여자 에미넴을 추격하는 것으로 이 감동적인 영화는 막을 내렸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자리를 뜨지 못했던건, 콜라 마시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바람에 햄버거는 남았는데 콜라가 없어서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방금 보게 된 5분짜리 단편 라이브 영화의 여운이 아직도 내 가슴 속에 남아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이리라. 단 5분 만에 맥도날드 전농점 → 샤롯데시어터 → 서초구 대검찰청 → 디트로이트 → 영화관 → 다시 맥도날드 전농점이라는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인지, 나의 유리 멘탈이 피로를 호소한다. 오늘은 빨리 자야겠다. 짧은 시간동안 1인 다역을 훌륭히 소화해낸 두 배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