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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시나 은퇴 기념 회상

등록일: 2026-12-20


2025년 12월 SNME를 통해 존 시나가 은퇴했다.

이 시점에 뜬금없이 존 시나 소주설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딴 희석주가 술이냐?"

한국에서 소주만큼 많이 팔리는 술도 드물다.

하지만 동시에 소주만큼 평가절하되는 술도 드물다.

"이딴 희석주가 술이냐?"

"증류주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맛으로 먹는 술이 아니다."

존 시나 역시 그랬다.

그는 WWE 역사상 가장 성공한 슈퍼스타 중 한 명이었다.

엄청난 굿즈 판매량.

압도적인 대중성.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

하지만 커리어 내내 따라다닌 말이 있었다.

"경기력이 최고는 아니다."

"기술이 단조롭다."

"왜 항상 시나만 이기냐."

마치 소주를 두고

"위스키보다 품질이 떨어진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소주는 가게를 먹여 살린다.

식당은 음식으로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술이 남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저녁 장사는 그렇다.

손님은 삼겹살을 먹으러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장님은 소주를 팔아서 웃는다.

존 시나 역시 WWE에게 그런 존재였다.

어린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았다.

굿즈는 팔렸고,

행사는 성공했고,

언론 인터뷰도,

자선활동도,

홍보도 모두 그가 책임졌다.

그는 단순히 메인이벤트 선수가 아니라,

회사의 매출을 책임지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누가 소주를 맛으로 먹나?

생각해보면 가장 재미있는 문장은 이것이다.

누가 소주를 맛으로 먹나. 취하려고 먹지.

사람들이 존 시나를 좋아했던 이유도 꼭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입장곡이 울리는 순간의 함성.

Let's go Cena!

Cena sucks!

AA가 들어가는 순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관객들은 경기의 디테일을 음미하기보다,

존 시나라는 경험에 취하고 있었다.

물론 기술적으로 더 뛰어난 선수는 많았다.

커트 앵글도 있었고,

에디 게레로도 있었고,

숀 마이클스도 있었고,

CM 펑크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꼭 최고의 경기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최고의 스타를 소비한다.


시간이 지나며 소주의 역할도 달라졌다.

전성기의 존 시나는 음식보다 더 잘 팔리는 소주였다.

메인요리가 무엇이든 결국 테이블의 중심에는 소주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후배들이 성장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US 오픈 챌린지를 시작으로 그는 조금씩 변했다.

케빈 오웬스.

세자로.

새미 제인.

AJ 스타일스.

수많은 후배들과 맞붙으며 그는 더 이상 자신만 빛나는 경기를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를 더 맛있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다.

생각해보면 좋은 소주는 향이 강하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음식이 주인공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후기의 존 시나는 그런 소주가 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병

존 시나를 향한 평가도 시간이 흐르며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또 시나냐."

라는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은퇴가 다가오자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했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WWE라는 가게를 지탱했는지를.

우리는 늘 소주의 맛을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그 술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떠오르는 것은 맛이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군대 휴가.

첫 회식.

오래된 추억.

소주는 맛보다 기억으로 남는 술이었다.

존 시나 역시 그랬다.


존 시나는 소주였다.

품질이라는 논쟁은 평생 따라다녔다.

하지만 누구보다 많이 팔렸고,

회사를 먹여 살렸고,

후배들을 빛나게 만들었으며,

결국 한 시대 자체가 되었다.

누군가는 아직도 말할 것이다.

"그래도 경기력은..."

그 말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누가 소주를 맛으로 먹나. 취하려고 먹지.

그리고 돌이켜보면,

우리는 꽤 오랫동안

존 시나라는 이름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